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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야화2

빗나간 화살 빗나간 화살 천석꾼 부자 고첨지는 성질이 포악하고 재물엔 인색한 수전노라 고을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해 원통함을 풀어달라는 민원이 수없이 관가에 올라갔지만 그의 악행은 날이 갈수록 더했다. 고첨지는 산삼이다, 우황이다, 온갖 진귀한 것들을 구해다 사또에게 바쳐서 사또를 한통속으로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아침, 고첨지네 말 한마리가 없어져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 집사와 하인들이 온 고을을 뒤지며 수소문 끝에 용천다리 아래 거지떼들이 간밤에 잡아먹어 버렸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날 밤, 뚜껑이 열린 고첨지가 손수 횃불을 들고 용천다리 아래로 가서 거지들의 움막집에 불을 질렀다. 불길은 하늘로 치솟고 뛰쳐나오는 거지들을 고첨지네 하인들은 몽둥이찜질을 했다. 집으로 돌아와 아직도 화가 덜 풀려 약주를 마시.. 2022. 5. 12.
두번의 죽을고비 이송은 엄부 밑에서 자란 점잖은 선비다. 과거 볼 날이 두어달 남았지만 일찍이 한양으로 올라가 작은아버지 집에 머물며 마무리 공부를 하려고 단봇짐을 지고 집을 떠났다. 엄격한 집안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다가 확 트인 바깥 세상으로 나오자 훨훨 날아갈 것처럼 발걸음이 가벼웠다. 새재 아래 주막에서 두다리 쭉 뻗고 탁배기 두병을 마시고 나자 온 세상이 자기 것처럼 보였다. 산자락에 해가 남아 있어 새재를 넘기로 했다. 빨리 한양에 가고픈 마음에 발길을 재촉했지만 새재는 높았다. 금방 해가 떨어졌다. 새재 아래 골짜기에 불빛이 하나 보여 숲을 헤쳐 조그만 초가집에 다다르니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나왔다. “혼자 사는 집이라 재워 줄 수 없습니다.” 그 말에 이송은 와들와들 떨며 “살려 주시오, 부인. 여기서 .. 2022. 5.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