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이야기1 두번의 죽을고비 이송은 엄부 밑에서 자란 점잖은 선비다. 과거 볼 날이 두어달 남았지만 일찍이 한양으로 올라가 작은아버지 집에 머물며 마무리 공부를 하려고 단봇짐을 지고 집을 떠났다. 엄격한 집안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다가 확 트인 바깥 세상으로 나오자 훨훨 날아갈 것처럼 발걸음이 가벼웠다. 새재 아래 주막에서 두다리 쭉 뻗고 탁배기 두병을 마시고 나자 온 세상이 자기 것처럼 보였다. 산자락에 해가 남아 있어 새재를 넘기로 했다. 빨리 한양에 가고픈 마음에 발길을 재촉했지만 새재는 높았다. 금방 해가 떨어졌다. 새재 아래 골짜기에 불빛이 하나 보여 숲을 헤쳐 조그만 초가집에 다다르니 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이 나왔다. “혼자 사는 집이라 재워 줄 수 없습니다.” 그 말에 이송은 와들와들 떨며 “살려 주시오, 부인. 여기서 .. 2022. 5. 12. 이전 1 다음